💜에포크 #1 핀란드의 손으로 생각하는 삶, 2월 6일 목요일 밤 9시 30분 

Editor's Favorite Club의 첫 번째 연사로 핀란드에 사는 에디터 June을 소개합니다.

에디터 June은 디자인 공부를 핑계로 조용한 핀란드 헬싱키에 온 유학생이었지만, 이제는 가족과 함께 사과나무 집에 살고 있습니다. 똔뚜의 엄마가 된 뒤, 더욱 소중해진 심심한 일상을 글과 그림, 도자기로 기록해 나가는 중입니다. 

자일리톨과 휘바휘바 밖에는 모르던 저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핀란드의 진짜 매력에 듬뿍 빠져들었어요. 즐겨보던 <핀란드 셋방살이> 속 코티지에 June이 한달 동아 머물며 기록한 방명록을 발견하는 놀라움이란! 1가구 1코티지가 일반적인 핀란드의 면면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준비물이 있어요! 물레 돌아가는 작업실을 줌으로 연결해 각자 준비한 찰흙으로 손의 감각을 일깨울 예정인데요.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남은 평생을 살면서 도자기로 사과를 만들다가,

죽어서 사과나무 아래 뭍히면 흙이되어 언젠간 사과로 다시 태어나길 꿈꿉니다."

에디터 June이 핀란드에서 찾은 평생의 주제인 '사과'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핀란드의 문화와 삶에 깃든 철학을 찬찬히 살펴 볼 예정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매몰된 우리의 지금을 돌아보면서 올해의 계획을 나의 속도에 맞춰 재조정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다음주 목요일 밤에 만나요💜

특정 매체에 고정적으로 연재를 한다 해도 아직은 감히 나 스스로를 ‘작가’라 인정하고 부를 수 없다. 글의 깊이나 질을 운운하기에 앞서 나의 글엔 여전히 독자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글이 어떤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가닿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 내 글을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아무도 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늘 뒤엉켜 다툰다. 그 정도로 나의 글은 날것이다. 적당히 보아 넘겨줌직한 포장도 없이 타인에게 나의 날것을 건네며 들어달라, 알아달라, 좋아해 달라 말할 수 없다. 여전히 글은 쓰지만 그 대상인 독자를 상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간다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글을 쓰는 일이란 절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나는 종종 생각했다.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내가 이 땅에 오지 않았다면, 글쓰기는 훨씬 더 쉬웠을 텐데.” 그러나 그 생각이 끝내 가볍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도 그 말이 온전히 진실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 낯선 환경, 그리고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은 핑계에 불과하다. 나를 방해하는 것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안에는 몇 가지가 있다. 글을 쓰는 나를 방해하는, 그러나 결국엔 나로 글을 쓰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말이다.

세상엔 너무도 당연하게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하여, 최소 임금을 벌기 위하여,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인구로 취급받기 위하여, 또 이 세계에서 생산적 인구로 분류되기 위하여. 나는 회사에서 필요하지만 충분하진 않은 존재로 겨우겨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위인전에 나올 법한 몇몇의 사람들 빼면 모두가 이런 식으로 억지로 살아가며 일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고 당연하다. 이건 단지 내가 겪는 일터에서의 삶이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 당연함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취급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기 위해 쓴다. 나라는 사람이 없어지고, 워커로서의 나만 살아남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려고, 누군가에게 어떤 분류나 취급받는 것을 거부하고자 나라는 사람임을 보여주려고 쓴다.

나에게는 무덤이 있다. 그 구멍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나 자신도 되도록 잊어 버리기를 바라며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그곳을 메우고 그 위에 흙을 덮고 꽃도 심어 두었다. 언젠간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잊기를 바라며. 글을 쓰는 것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이라고 했다. 나는 그 무덤을 파헤쳐야 했고 그 속에 묻어 둔 시체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쓴 글을 공개하는 것은 발가벗은 내 몸을 타인의 앞에 전시하는 것과 같다. 글이 공개되고 타인의 차가운 도마 위에 올라가는 순간. 내 생각과 감정이 타인의 평가와 비판에 노출되어야만 한다.

애꿎은 연필심만 톡톡 부러뜨리다 밤이 되었다. 통일 독후감. 석 장 이상. 숙제의 기준점에 두 줄이나 모자란 채로 제출했다. 평소답지 않은 기준 미달의 결과물. 허나 천자도 되지 않을 그 문장을 쓰기 위해 나는 원고지를 꼬박 하루를 붙들며 부들부들 떨었다. 고작 열 살. 일찍이 글쓰기의 고통을 맛보았다. 쉬는 시간이면 교문 밖 빵 트럭을 향해 돌진하던 열 여덟. 공식적으로 학교를 빠질 수 있다는 게 좋아 대학 백일장을 돌았다. 아직은 내 것이 아닌 자유를 폐부 깊숙이 흡입하며 허가된 일탈을 누린 결과가 제법 좋았다. 전국논술경시대회 최우수상 같은 홈런의 연속.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