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기록할 이유

어제 밤(불과 몇 시간 전)엔 줌으로 시작한 에디터 송년회가 '그럼에도 기록'해야 할 이유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 거주하는 상황이라 일주일 앞으로 다가 온 크리스마스 풍경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우간다는 무려 3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핀란드는 일년에 절반이 눈에 덮힌 눈의 나라,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북적이는 프랑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부터 계엄령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한국. 2024년이 지나갑니다. 다음주 레터에서는 각국의 크리스마스 방구석 풍경 소식을 전하기로 했어요. 내년엔 '기록하는 사람'으로 더 든든한 마감 메이트가 되어주겠다는 바람과 다짐도 나누면서요. 

단어를 조합하고 뽑는 게 직업병이라 Popopo Editor's Room의 대문자를 뽑아 검색해 보았어요. "Per은 Par과 같은 의미의 어근이다. 무거운 아이가 산모의 몸에서 이동하여 나오는 것을 연상한다." per에 이런뜻도 있더군요. 어쩌면 우리는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난 세계'를 기록해야만 하는 저마다의 이유를 더 선명하게 마주친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분주한 나날 속에서도 글자를 엮어 전해온 게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모아 오직 나만이 증언할 수 있는 오늘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내년엔 더 알찬 세션과 이야기들로 돌아올게요💜

💜뜨개 수세미에 담긴 손길이 전달되기를

2019년 포포포라는 이름으로 제일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 <그림과 치유>였어요. 비언어적인 매체인 그림책을 시작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수세미 뜨개를 배우는 봉사활동인데요. 그 많은 뜨개질 중에 왜 수세미냐? 초보자도 두세시간 정도면 익힐 수 있는 기초적인 사슬 뜨개 방법이자 무엇보다 매일 사용하는 수세미라는 점에서 이유를 찾았는데요. 격주로 꾸준히 모여 이어 온 프로그램이 몇개월 후면 벌써 7년이 됩니다. 올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리스 수세미'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모인 손길은 사단법인 52패밀리에 전달되어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전해질 예정입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마음을 내는 건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보육원의 아이들은 독립을 배우기 전에 성인이 되면 퇴소해야 합니다. 방을 구하고 끼니를 챙기는 것부터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거죠. 한 끼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한정해 봐도 막막할 거예요. 어떤 식재료를 사야 하고 보관은 어떻게 하고 제한된 식비를 활용하려면 식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남녀노소 불문 매일 맞닥뜨리는 최대 고민이 "오늘 뭐 먹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대충 허기를 달래거나 끼니를 때우기도 벅찹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밀키트를 전하고 평소에 밥은 잘 챙기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는 이모엄마들이 52패밀리에 있어요. 끼니를 챙긴다는 건 사실 굶주린 위장만 돌보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 더 크게 공허할 마음을 보살피는 거라고 생각해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로 몸과 마음의 영양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습니다. 비누 트레이나 장식용으로 걸어둘 수도 있는 다양한 아이템인데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 온기가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