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여성, 동양인, 한국인” 2024년 노벨상 수상자 단체사진

"<소년이 온다>의 실사판을 보는 것 같다." 숨가쁜 한 주였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작가 자신마저 사료로 공부한 '계엄'이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되다니요. 전 세계가 그녀의 수상 소감을 기다렸습니다. 한강 작가라면 태풍의 눈을 깨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짙게 깔려있었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재현 된,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12월의 서울에서 한강 작가는 전쟁의 상흔이 현재진행형인 작은 반도의 생존자, 역사의 증언자이기도 했습니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어떤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무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기념비적인 순간에 '고통의 천착'을 파고 들어가는 작가가 선연하고 맑은 회복의 빛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빛에 도달할 때 까지의 굳건한 낙관을 발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고통을 감각하면서 생의 순간을 오롯이 느끼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문체가 더 아릿하게 다가옵니다.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시안 여성 작가라는 기록 보다 노벨문학상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더 돌아보게 됩니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치명적인 조건에 빛을 비추는 작품에 수여되었습니다." 개회사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끌어 안고 살아가는 지구인에게 '그럼에도 희망'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계속 쓰면서 앞으로 나가기를. 작가 개인은 약할 수 있지만 문학은 강합니다."

- 엘렌 마트곤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

💜내가 춤을 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사회운동가 엠마 골드만

"엄마 방금 삼촌 뉴스에서 본 것 같아!" 양치질을 하고 방에 들어오는데 아이가 폴짝 거리며 영상 속의 아파트를 따라 부릅니다. 1초 컷, 아니 0.05초 컷으로 스쳐갔을 현장 스케치에 비슷한 인상착의를 본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미순이 효순이 장갑차 시위에 교복을 입고 동참했던 고딩시절 광화문 풍경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그 당시 꼬꼬마 총딩이던 동생놈까지 시위에 갔다는 건 집회에 모인 인원이 추산 100만명이 아니라 과소보도된 게 분명합니다.

일곱살 어린 동생과는 공유한 게 동화전집 뿐입니다. 대학생이 된 누나와 초딩 동생의 간극은 꽤나 컸습니다. 심지어 교육과정마저 달랐으니까요. 전형적인 '공돌이 연구원' 유형의 동생은 유럽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해도 '귀찮아서' 거부하는 방전체력의 소유자인데요. 쇼핑도, 여행도, 취미도 없(어 보이)는 녀석이, 회사는 어떻게 다니나 신기할 정도로 집에서는 침대와 물아일체 되어 있는 녀석이, 집회에 갔다는 소식을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순간. 역시 가족만큼 서로를 모르는 친밀하고도 먼 집단이 없다는 걸 체감했달까요. 그보다 동생이 갔다는 건 적어도 '방관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옮겼다'로 2024년의 12월을 기록할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국군의 날이다! 탱크다 탱크!" 뉴스 화면을 보며 마냥 신기해 하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촛불과 종이컵을 들고 무리에 합류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이 잠실 주경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거기다 '전국쿼카보호연합'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들의 연합' 등 깃발 보는 재미에 뉴스 채널만 돌려봤습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철도노조는 파업을 해야만 했었나! 부글부글 애꿎은 코레일 앱만 새로고침 해댔죠. 축제를 방불케하는 민중 궐기라니. 외신의 반응도 "뭐 이런 신기한 나라가 다 있나?" 놀라움과 탄성으로 요약됩니다. 무엇보다 국가는 권력으로부터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이 만들어 준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을 무력하게 좌시하지 않겠다는 희망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