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참외를 주문한 가장 큰 이유는, “수박이랑 비슷한 거야?”는 질문으로 시작해 노란색 참외는 전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참외’란 과일을 가르쳐줄 요양으로 구입한 거라 다섯 개여도 좋고, 한 개라도 꼭 주문할 참이었다. 4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참외를 이미 먹어봤었다. 하지만 4년이란 시간은 먹었다는 감각도, 참외의 정확한 실체도 모두 잊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한국 과일을 잊게 하는 맛좋은 과일들이 우간다에도 있다. 아보카도는 언제든 신선하게 쉽게 먹을 수 있고, 파인애플과 잭푸르트, 망고 등의 열대과일의 당도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그 맛이 좋다. 하지만 어떠한 날에는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일과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는 한다. 비 오는 날에 먹는 파전이나 더운 여름, 공식처럼 따라붙는 빙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것과 비슷한 것이랄까?! 이번에 같은 컴파운드에 사는 한 어른은 ‘어머니가 참외를 좋아하셨다.’며 주문하셨는데, 이것 또한 여럿 그리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수영장에서 나오는 길은 개운하고 나른하다. 전기 충격기처럼 특이하게 생긴 헤어드라이어로 아이들의 머리를 말린다. 키 높이 조절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동전 넣지 않고도 머리를 말릴 수 있는 것이 왜 이렇게 만족스러운지 모른다. 즐겁게 놀다 나와서 허기진 몸은 아이스크림으로 급속 당충전을 한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의 햇살은 어쩐지 따뜻하다. 물속에서 즐겁게 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물에 둥둥 뜨고 재밌게 놀면 그걸로 되었다. 작년 여름방학에 갔던 크로아티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바다에 풍덩 다이빙에서 머리만 동동 떠 있는 모습을 보며 한참을 부러워했다. 수영 못하는 나는 깊은 물이 무섭지만, 아이들은 깊은 물이 무섭지 않고 즐거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몸매가 멋지지 않아도 수영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삶의 행복을 더할 수 있는 즐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 나도 기회가 되면 나도 물에서 즐겁게 놀 수 있을 정도로 수영을 배우고 싶다. 사실은 빨간 비키니를 입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