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밤이 있다. 어쩔 도리도 없이 부끄러워서 이불을 거세게 차게 되는 밤. 자꾸만 내 행동을 돌이켜 봤을 때 너무도 부끄러워 이불을 끌어당기고 차고, 죄없는 이불만 괴롭히는 밤. 요즘처럼 과거로의 복귀 열풍이 불 때마다 몇 년도 무슨 회사의 주식을 사라거나, 로또 번호 하나는 외워가라거나 하는 우스갯소리들이 나오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은 특정 말이나 생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들은 다 내게 돌아오는 올가미가 되어버리므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현관문이 닫히면 반가운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옴과 동시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함께 덮쳐 온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되는 등교 미션을 해결한 다음엔 스스로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은 많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먹기는 싫은 아침, 나는 그럴 때 약 25분의 시간을 들여 두유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