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텐님은 손끝이 야무진 편인가요? 저는 타고난 곰손인데요. 오늘도 우유 담긴 시리얼과 김치찌개 냄비를 놓쳤습니다. 하필이면! 종이며 잡동사니며 가득 쌓여있는 틈바구니로 미끄러질 건 또 뭔가. 대참사 현장을 목격하고 넋 나간 표정으로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았어요. 아무리 닦아도 우유 비린내랑 김칫국물의 여운은 가시질 않네요. 진즉에 이 분야에 ‘타고난 재능 없음’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재능이나 열정이 아니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말이죠. 특출나게 젬병인 요리를 ‘잘하고 싶다’ 또는 ‘기필코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인데요.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일의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전과 집착 사이, (“요리 빼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싶은 열정 하나만큼은 불굴의 의지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한 이야기를 전할게요.💜
체험! 피땀눈물 굿즈 제작의 현장!
부제 국제도서전에서 만나요!
▶️SIDE A : 지면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
- 우당탕탕! 굿즈 제작기
- 우리 국제도서전에서 직접 만나요!
▶️SIDE B : 포텐님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Be Our Guest] '이대로 살다 죽기 싫어 오늘도 로그인'_신지선
[Bang Bang] 방장님의 방구석 프랑스 통신:'섹시한 사람'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못 먹으면 어때, 살아있는데'
[핀란드 똔뚜가족 이야기] '내 책상을 가진다는 건'
[김작가의 프로젝트B] '모두가 좀 더 열심히 살지 않길 바라며'
[BTS아미어미] '어떤 날, 뜻밖의 위로 '
[News] 포텐 여러분 함께해요!
- 서울국제도서전 책마을 Q2-30 부스에서 만나요!
- 텀블벅 펀딩 마지막날 D-day!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 혹시 뭐 돼? 응 굿즈💜 일찍이 제 별명은 붕어였어요. 치명적인 단기 기억력 덕분에 매번 비슷한 기시감을 겪어요. 그렇게 당하고도 데이고도 또 하고 있냐는 핀잔을 일상의 양념 삼아 좋아하지 못하면 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8호도 또 만든 거 아닐까요? 🤣 더불어 굿즈도 그러한데요. 소량으로 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제작비가 기성품을 사는 것보다 배는 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또 하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고이 접어두고 아마도 이거슨 불치병인가 보다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겠어요. 오늘 뉴스레터가 나가는 날 텀블벅 펀딩이 종료되는데 굿즈 실물은 어제 자정에 올렸더랬죠. 마케팅이며 홍보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움직이면 좀 좋아? 라고 스스로에게 매번 되묻는데요. 무려 여덟 번째 이슈(창간 준비호까지 하면 아홉 번째)임에도 어쩜 이렇게 우당탕탕 서툴고 부족하기만 한지. 필진으로 참여한 작가님의 성을 바꿔놓지를 않나.ㅠㅠ 여러분의 제보 덕분에 매일 소소한 업데이트가 진행 중이에요~!
II연필로 시작해 엽서 시리즈로
볼펜을 제일 많이 쓴다 해도 연필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아요. 두근거리는 맘으로 흑심에서 your potential과 popopo magazine 이란 문구를 골라 주문할 때 왜 포장 서비스도 가능한 건 알아보지 않았을까요? 연필깎이며 지우개며 문방구 투어를 한결같이 좋아하는 취향도 변함이 없는데요. 내적 환호를 지르며 흑심에서 보라색 하트 모양 지우개며 이것저것 트레이에 담기 바빴지 본연의 목적은 상실한 채 각인 연필만 주문했어요. 덕분에 연필을 담을 종이봉투를 따로 주문하고 봉투의 모양을 잡아줄 엽서도 주문제작하고요. 결론은 봉투에 비닐 포장까지 하는 비용보다 더 들었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돌릴 수 없고 고로 현재의 선택이 베스트 아니겠어요? 그리하여 연필을 위한 가로가 긴 엽서와 이번 호 주제에 맞게 해석한 엽서까지 영롱한 굿즈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펄지로 인쇄해(수입지이자 특수용지라서 어마무시한 비주얼과 가격을 뽐내는🌟) 이 엽서들은 실물 깡패! 내일부터 시작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실물 보러 오세요🤗 (국제 도서전 소식은 하단 뉴스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II카세트테이프 공케이스와 메모지 제작
뉴스레터의 컨셉은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인 거 레터 구독하시는 포텐님들은 잘 알고 계시죠? 북페어에 책 박스를 이고 지고 책보부상으로 떠돌면서 카세트테이프 케이스에 지류 창작물을 선보이는 창작자님들을 많이 봐서일까요. 뉴스레터 디자인을 메모지로 만들어보자!는 욕심으로 디자인한 메모지가 왔는데…. 왔는데….. 🤣 메모하기 좋도록 얇은 종이를 골랐더니 오다가 접힌 아이들, 스크래치 난 아이들을 거르고, 종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소량씩 추가해 케이스에 담으면서 생각했어요. 역시 세상엔 쉬운 게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 여러분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작하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리 아가들 많이 눈여겨 봐주시고 데려가 주세요. 저를 포함한 무수한 전문가의 미래 수명과 맞바꿔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랍니다. 보통 북페어 때마다 100kg은 족히 넘는 책 박스들 택시와 수레로 이고 지고 나른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포포포의 미래에 등불이 됩니다! 🔥
II필름 투명 마크라는 뉴페이스 등장!
첨으로 선보이는 필름 마크! '영화로 발견하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의 문숙 대표님이 세계 일주를 하며 구축한 방대한 필름 데이터에서 포포포의 브랜드 컬러인 보랏빛 사진을 엄선해 주셨어요. 덤으로 포포포 8호 표지로 디자인한 북마크도 한 세트인데요. 책에 꽂았을때 그 투명함과 영롱함이 배가 된답니다! 레터를 통해 보랏빛 하트를💜
지난 주말에도 친정엄마의 '니가 지금 몇 살인지 아직도 자각을 못 하는 거냐?' '허리 다 아작 나야 정신 차릴래?' '책이 이렇게 무거운데 언제까지 이고 지고 다닐 거냐?' 라는 사랑과 관심을 불쏘시개로 삼아 이번에도 서울국제도서전에 근력을 불태워 보겠습니다!
요새 점점 더 드는 생각인데요. 이런 극한 체험의 현장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 함께하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 그 마음이 헛되이 날아가지 않도록 기쁜 마음으로 고생을 사서 하렵니다. 이쯤 되면 고생하는 걸 엄청 좋아하는 유형인가 봐요. 기꺼이 제 곰손대신 금손이 되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남는 게 힘인 저는 책 박스를 나르러 떠납니다. 레터를 무사히 발송하고 포항에서 서울로 가는 밤기차를 타러 떠나기 전에 완판이라는 성대하고 웅장한 소망과 꿈을 품어 보렵니다. 그저 얼굴 보러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시간일 텐데요. 와서 오랜만에 근황 놔두고 그사이 만든 굿즈 선물도 받아 가시고 맘 편히 놀러 오세요!!
II[Be our guest]이대로 살다 죽기 싫어 오늘도 로그인_신지선
* 8호 ‘지면을 드립니다’에 못다 실은 원고를 하나씩 공개할 예정입니다. 포포포 매거진의 잠재력에 주목해주셔서 소중한 이야기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자기만의 방. 이 다섯 글자에 내 귀가 열리고 정신이 살아났다. 그래, 이렇게 무료하고 모든 것이 엉 망이 된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었어. 내 방이 없어서야!
무려 90여년전부터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외쳤건만 이제서야 그 목소 리를 들었다. 암요, 자기만의 방 필요하고 말고요. 나에게는 주방이 아닌 방이 필요했다. 관심도 없 는 공간에서 한숨 푹푹 쉬며 지내야 하는 방이 아닌 나로서 있을 수 있는 내 방! 당장 거실 가구를 한 쪽으로 밀어냈다. 쓰지 않고 창고에 처박힌 먼지 쌓인 접이식 책상을 창가 앞에 놓았다. 예쁜 꽃 무늬 식탁보도 씌웠다. 좋아하는 책과 노트북을 가져다 놨다. 이렇게 내 방을 만들었다. 비록 거실 한구석 1평 공간에 불과했지만 아무려면 어떤 가.
나는 표현이 인색한 집에서 자랐다. 무슨 날이나 되어야 쓰는 편지에 고마워요. 사랑해요. 같은 말 쓰는 것도 서로 참 간지러워한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리 만무했다. 내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기에 의식도 못 하고 있다가 다른 아이들이 부모들과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 뽀뽀하는 모습을 보고야 번뜩 정신이 들었다. 물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랑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해 표현하면 더 좋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노력하기 시작했다. 온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느낌을 참으며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양제는커녕 물 한 방울 없이 어떻게 몇 주 동안이나 새잎을 내고 살아남았을까 궁금해하는 내게 아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침이면 소파 왼편에 무릎으로 서서 스마트팜 기기를 빼꼼히 들여다보는 모습은 종종 보았는데, 계속 물을 주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내가 아이가 아플 때 회사를 쉬기 위해 끌어올려야 하는 뻔뻔함을 그리고 자연히 따라붙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것, 그리고 이런 양육의 부담이 한 쪽에만 치우치게 되지 않는 것. 당연히 아이가 아파? 그럼 부모가 옆에 있어줘야지.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회가 되는 것. 더 이상 애는 너만 키워? 하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이다.
나란 사람은 본래 자연에 위로를 받는 편이 아니다. 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해 캠핑을 간다거나 수목원에 가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모기들은 왜 나만 사랑한다고 여기게 하는지 그래서 나무가 많은 곳은 피하자 주의였는데, 이곳은 나무도 꽃들도 새들도 벌래도 많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