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실제로 볼거란 상상도 못해봤다. 흰 백발을 부스스하게 늘어뜨리고 노련한 마녀처럼 피아노를 어루만지던 피아니스트. 아르헨티나 출신의 살아있는 전설같은 피아니스트. 그녀를 생각하면 맑은 힘을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강렬한 음이 떠오른다. 마리타 아르헤리치. 유튜브에서 그녀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치는 것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로 그녀의 연주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다. 내가 가진 몇 개의 클래식 CD 중에 마리타 아르헤리치의 베토벤 소나타 앨범이 있다. 그녀의 인터뷰집까지 책장에 꽂혀있다. 나는 그저 그녀가 좋다기 보단 홀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그녀의 연주에서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그래도 실제로 보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 그런 그녀가 프라하에 온다.

출산율이 자꾸 저하하는 글러먹은 시대고,가임기 여성과 남성(?)들이 커리어 때문에 둘째, 혹은 아이를 포기하는 시대이므로.     

그런 바로, 나는 종종 생각한다. 고로 슬픔에 젖는다.

현 사회에서 30의 육아를 하는 아빠는 개인적으로 칭송하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줄 수 있다. 지금 충분히 갈리고 있는 아버지들을 위한 찬사가 될 것이다. 잘 갈리고 계시네요. 멋진 아빠십니다. 아빠들에게 상장도 줄 만큼.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으로 적확히 50의 육아를 하는 아빠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전업주부가 선택의 시기가 되어 버린 현대인에게는 또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여동생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두 살 어린 여자 형제,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끊임없이 거세게 싸워오다 내가 결혼하며 따로 살게 되고 나서야 겨우 친해지게 된 애증의 인물, 분명 성격이 정반대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닮은 구석들이 많아 어처구니없다가도 그 때문에 괜히 마음 한구석이 아파지게 만드는 손톱 가장자리 거스러미보다 더 귀찮은 녀석. 자라며 복잡한 가정사를 함께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성격에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가동하는 바람에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 되는 정말이지 서운하고 짜증 나는 배신자. 

한국에서는 24시간 안에 또는 새벽 배송이 있을 정도로 물건을 사는 일이 매우 간단한 일이다.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배송을 요청하고, 그것이 우간다로 올 때까지의 기다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다.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우간다 상황에서 한국에서 보내온 물건은 매우 소중하다. 그 물건들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언제 올지 모를 택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기다림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만이 아니다. 한국과 우간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비록 인터넷과 현대 기술 덕분에 한국과 연락하고 소통하기는 쉽지만, 물건 하나를 받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케 한다.